2015.03.03 22:30

전에도 유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렵니다. 답변하지 않게 되는 질문의 대다수는 제가 잘 모르는 분야입니다. 어설프게 답변하거나 아는 체 하는 수준 정도로 얘기할 수 있는 것에는 답하지 않습니다. 해당 분야에 호기심이 있을 경우에는 의견이라 밝히고, 할 말이 아예 없으면 "알림 켜기"로 보이지 않는 와드를 박아두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질문자가 자신이 무엇을 질문하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로 판단되면 질의응답이 혼란의 카오스에 빠질 수 있어서 자제합니다. 간혹 오지랖이 넘쳐서 질문 의도를 되묻기는 합니다만 그건 실수하고 있는 겁니다. 실수라는 걸 깨달으면 재빨리 발을 뺍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자가 열정적이고 자신이 무얼 묻는지 아는데 답변 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갈등에 빠지죠. 가이드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대부분 답변을 안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비유를 통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남자들 중에는 프라모델이나, 피규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라즈베리파이 같은 보드를 이용한 하드웨어 매니아를 예로 들 수도 있죠. 고가의 장난감(?)인데다 섬세한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걸 우악스럽게 집어던지거나, 부품들을 마구 뽑고 비트는 유치원 다니는 사촌동생이 찾아왔다면 과연 차분하게 조립하거나 다루는 법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냥 숨기는 편이 나을 겁니다.


남자들의 사례가 이해 안가신다면, 여자분들이 아끼는 메이크업 화장품을 어린 조카가 마구 꺼내서 얼굴에 치덕치덕 바르는 상황을 예시할 수도 있겠죠.


기술도 열정만으로 혹은 성실함 만으로 익힐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선행 지식, 기초 이론을 공부할 건 해야만 합니다. 그저 열정만으로 자신의 수준을 뛰어넘는 공부에 매달리는 것은 자칫 시간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안스럽거나 혹은 도움을 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만으로 조언을 해준다 해도 배우는 입장에서 어렵습니다. 어린 사촌동생에게 아무리 잔소리를 한들 섬세한 피규어의 까다로움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자칫 갈등만 생길 뿐입니다.


부디 이런 분들은 스스로 깨우치시고 다시 기초 원리를 공부하시길 코드의 신께 기도할 뿐이죠.


Posted by 善 곽중선